나이 들면 뇌 보호막에 구멍이 생긴다, 왜?
알츠하이머병은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 복합 질환이다. 뇌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가설이 오랫동안 중심 이론이었지만 치료 성과가 제한적이면서 다양한 경로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뇌는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BBB)'이라는 정밀 여과막으로 보호받는다. 혈관 내벽의 세포들이 촘촘히 이어져 외부 독소와 염증 유발 물질이 뇌 조직으로 스며들지 못하게 막는다. 나이가 들수록 장벽 구조가 약해지면서 염증 물질과 독소가 뇌 조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유해 물질이 뇌 안으로 침투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이런 변화는 신경세포 손상과 기억력 저하를 촉진한다.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TNAP(조직 비특이적 알칼리성 인산가수분해효소)'에 주목했다. 건강한 뇌의 혈액뇌장벽 세포 표면에는 TNAP가 소량 존재한다. 그런데 노화가 진행될수록 발현량이 크게 늘었고, TNAP이 과발현될수록 장벽이 허물어졌다.
어린 쥐에게 TNAP을 강제로 과발현시키자, 노화된 쥐와 똑같이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떨어졌다. 단백질 하나로 뇌가 늙어버린 것이었다.
간에서 시작되는 뇌 보호 신호
연구팀은 효소 ‘GPLD1(GPI-specific phospholipase D)’이 혈류를 따라 이동해 뇌 혈관 표면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GPLD1은 세포막 단백질을 분리하는 효소로 운동 후 혈중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효소는 노화 과정에서 과도하게 축적된 단백질을 제거해 혈액뇌장벽 안정성 유지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6년 전인 2020년 운동을 하면 간에서 'GPLD1'이라는 효소가 분비된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그런데 GPLD1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혈액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뇌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인지 기능을 개선한다는 것일까.
이번 연구가 그 수수께끼를 풀었다. GPLD1은 뇌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혈류를 타고 이동하다가 뇌 혈관 내벽 세포 표면에서 작동한다. GPLD1의 주된 기능은 세포 표면에 닻처럼 박힌 단백질을 잘라내는 것이다. 혈액뇌장벽 세포에서 잘라낼 수 있는 단백질이 여럿 있었지만, 실제로 GPLD1의 가위에 잘린 것은 딱 하나, 바로 TNAP이었다.
GPLD1이 뇌 조직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 혈관 표면에서 작동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혈관 기능을 조절하는 효소 TNAP을 분해해 장벽 보호 기능 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운동 효과가 전신 장기를 연결하는 생물학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한국과 미국, 치매 비상
미국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약 10%가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것으로 추정되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비율이 급격히 올라간다. 한국도 65세 이상 노인 치매 유병률이 약 10% 수준이며 85세 이상에서는 30~4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여서 앞으로 환자 비율이 더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치매 예방이 노후 준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 지 오래다. 증상이 나타난 뒤 대응하기보다 중년기부터 신체 활동과 만성질환 관리, 수면 습관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비 방법이다.
이번 연구는 동물 모델을 기반으로 한 기초 연구로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신체 활동 효과를 모방해 혈액뇌장벽 기능을 개선하는 치료 전략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실제 임상 적용까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알츠하이머병은 노년의 문제가 아니라 중년의 생활 방식에서 이미 방향이 결정되는 질환으로 여겨진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의 기억을 좌우할 수 있다.
치매 예방과 치료에 대해 독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정리했습니다.
Q1. 운동만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습니까?
A1. 운동은 치매 위험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생활 습관 요인 가운데 하나로 평가됩니다. 다만 질병을 완전히 막는 방법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며 발병 시기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Q2. 혈액뇌장벽이 약해지면 어떤 문제가 생깁니까?
A2. 혈액뇌장벽은 혈관과 뇌 사이에서 독소와 염증 물질의 유입을 막는 보호막입니다. 기능이 떨어지면 유해 물질이 뇌 조직으로 들어가 신경세포 손상과 염증 반응이 증가할 수 있어 여러 신경퇴행성 질환과 관련된 변화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Q3. 치매 예방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까?
A3.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서서히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 이후보다 중년기부터 운동과 혈압·혈당 관리 등 생활 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합니다.
Q4. 어떤 운동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됩니까?
A4.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같은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 뇌 기능 유지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됩니다. 일반적으로 주 150분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권장되며 근력 운동을 함께 하면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5. 여성에게 치매 환자가 더 많은 이유가 있습니까?
A5.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어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가 뇌 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지만 정확한 기전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Q6.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은 무엇입니까?
A6. 규칙적인 신체 활동과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사회적 활동 유지가 권장됩니다. 고혈압과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것도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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