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이사장은 “암은 대부분 병원에 하루 늦게 가도 치료 성과에 큰 차이가 없지만 뇌·심장혈관 질환은 몇 초가 생사를 좌우하거나 후유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전문의 190여 명, 직원 1800여 명의 혜원의료재단 이사장이면서 서울대병원 심장내과에서 심장내과·응급의학과 교수로 근무하다 아버지 박영관 박사가 설립한 세종병원으로 옮긴 실력파 의사이다.
그의 어머니는 숱한 환자들을 살리면서도 정작 자신의 건강을 챙길 수 없을 정도로 바삐 사는 남편이 안쓰러워 아들은 공대에 지망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의사의 길을 선택했다.
아버지가 수술 스트레스로 머리 짜는 모습을 생생히 봐서 흉부외과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논리적 추론이 핵심인 심장내과를 선택했다. 그는 “환자를 살리는 길은 논리적 추론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의사의 태도 못지않게 환자의 생각과 행동도 생사와 치료 성과에 결정적 요소라는 것.
박 이사장은 “심장에서 긴급 신호를 보냈는데 병원 가면 아무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렇다고 ‘지금도 괜찮겠지’하고 ‘추론’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진짜 위기 때 ‘양치기 소년의 마지막’과 같이 아무 대처를 못하는 비극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
-그런데 심장의 신호라는 것이 모호하지 않은가? 가슴 통증도 너무 다양하고….
“가슴 통증은 식도, 위 등 소화기관 때문에도 생길 수 있다. 대체로 소화기 질환의 통증은 가만히 있을 때 더 심하지만, 심장질환은 움직일 때 증세가 나타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보통 사람은 두 증세를 구분하기 힘들다. 움직이는 게 힘들 정도로 가슴이 심하게 아프고 답답하고 식은땀이 나면 즉시 119를 불러야 한다.”
-왜 119인가? 요즘 택시 호출 서비스도 너무나 편한데….
“아니다. 119를 불러야 한다. 택시나 버스에서 갑자기 증세가 악화되면 방법이 없다. 구급차는 안에서 응급대원이 심폐소생술(CPR)을 할 수도 있고 전기 충격으로 심장을 뛰게 만드는 ‘제세동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설명을 들으니 약간 떨리고 무섭기도 하다. 심장이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심장 전문의로서 주위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꼽자면?
“평소 심장병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있다면 증세가 없어도 꾸준히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이들 병은 증세가 나타나면 치명적이 된다. 약 먹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꾸준히 운동하고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로 비만을 예방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평소 활동에 제약을 주는 증상이 나타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주위에 스마트워치로 심전도를 측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심장 전문의로서 스마트워치의 부정맥·심방세동 등 알림은 얼마나 신뢰할 만한가. 알림이 떴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적절한가?
“스마트워치의 심장 관련 알림은 신뢰 여부를 따질 단계를 지났다. 매우 유용하다. 부정맥은 간헐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하기 어려운데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증세가 없어도 스마트폰이 이상 소견을 내면 심장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부정맥이나 협심증 등 심장 관련 치료를 받는 사람 가운데 “심장이 약하면 무리한 운동을 하지 말라”는 말과“ ”운동으로 심장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는 말 사이 혼란스러워하는 이가 적지 않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운동을 시작하고 5분 내 약간 땀이 나기 시작할 정도의 강도로 운동하길 추천한다. 스마트워치 이용자는 맥박에 따라 운동량을 조정해도 좋다. 자신의 최대 맥박수를 알면 좋은데, 220에서 자기의 나이를 뺀 수치다. 최대 맥박수의 70~80%까지 운동 강도를 도달케 하고 맥박을 서서히 낮추는 것을 되풀이해도 좋다. 그러나 운동을 처음 시작하거나 심장 건강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이보다 더 낮은 강도로 운동하고 시간에 따라 강도를 올리는 것이 좋다.”
-대한민국 심장 대표병원의 대표자로서, 심장내과 전문의로서 심장 건강을 위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심장 건강이 의심된다면 심장내과 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 제발 유튜브에 의존하지 말라. 유튜브는 자신의 믿음을 지지하는 알고리즘에 따라 ‘내게 도움이 되는 것’보다 ‘내가 믿고 싶은 것’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자칭 유튜버 전문가 중에는 전문의가 보기엔 돌팔이가 적지 않고 AI가 생성한 것도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의사는 기다려줘도, 심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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