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연구팀은 보다 간편하고 신체에 손상을 주지 않는(비침습적) 방식의 진단법을 고안했다. 신경 질환이나 뇌질환으로 나타나는 단백질 구조의 변화를 타액 샘플을 통해 포착하는 원리다.
파킨슨병이 나타나면 뇌 속의 단백질 중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가 많이 쌓이게 된다. 또 뇌전증 환자들은 잦은 발작으로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단백질 대사 이상이 생긴다. 조현병 환자들에게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조절하지 못하는 증상이 흔하게 발견된다.
이렇게 변한 단백질은 혈액으로 이동하고, 침샘을 통해 타액에서도 검출될 수 있다. 연구팀이 독자 개발한 단백질 신호 증폭 기술을 활용하면 타액 샘플에 나타난 단백질 변화를 분석하고 질병 진단에 활용하게 된다.
실제로 연구팀이 뇌전증 환자 13명, 조현병 21명, 파킨슨병 10명의 타액 샘플을 건강한 대조군 23명과 비교했을 때 전체 진단 정확도는 93.9%로 집계됐다. 민감도(질병에 양성인 환자를 판별하는 정확도)는 93.2%, 특이도(음성인 정상인을 판별하는 정확도)는 96.7%였다.
기존의 PET 검사나 뇌척수액 검사가 ‘특정 단백질이 얼마나 많아졌나’를 확인하는 것에 비해, 이번 연구에서 고안한 플랫폼은 ‘단백질의 구조가 얼마나 바뀌었나’를 확인하는 방식이라 소량의 타액 샘플만으로도 충분한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정호상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플랫폼이 비침습적이고 저비용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임상 현장은 물론 가정용 진단 장치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추후 연구를 통해 현장에서 활용가능한 진단 장치를 개발하고 기술 이전 및 상용화를 위한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연구에서 확인한 주요 지표인 아밀로이드 베타·타우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진단에 쓰이는 핵심 바이오마커임을 감안할 때 치매 연구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에서 최상위권 영향력을 인정받는 국제학술지 《응용 재료(Advanced Materials)》에 최근 게재됐다.
댓글 0